새로운 프로젝트

벌써 회사에 입사하고 일을 한지 1년 6개월 정도 되었다. 이번 상반기부터는 그동안 회사에서 했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사용하던 기술 스택을 전반적으로 바꿨고, B2C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게 되어서 웹뷰를 만들게 되었고, 모바일 개발자 분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시작했고, 팀내 라이브러리를 구축해서 프로젝트에 적용해보기도 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 전에 해보지 않은 작업이어서 생소하고 어렵긴 했지만 어쨌거나 늘 그렇듯이 만들어냈을 때는 너무 재밌는 것 같다. 변화라는 것은 언제나 걱정을 동반하지만 막상 거치고 나면 얻는 것들이 참 많은 것 같다. 그래서 걱정이 많은 성격임이지만 모순적이게도 현재의 내가 불만족스럽게 느껴지게 되면 항상 도전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이전에 담당했던 프로젝트들은 사실 프론트인 나에게는 많이 단조로운 화면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또 비슷한 기능과 UI를 반복적으로 작업해야 했다. 따라서 기술 난이도도 평균적으로는 어느정도의 선에 고정되어 그 아래를 웃돌았기 때문에 점점 성장에 대한 욕구가 줄어들었던 것도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반성하게 되는 일이다.

혼자 개발하는 삶

나를 포함해서 프론트는 총 4명이었는데 퇴사를 하거나 포지션 이동으로 인해 7월 말부터는 혼자 일하게 되었다. 나는 프론트 파트에서 가장 늦게 입사했었기도 하고, 다른 프론트 개발자 분들과 일하면서 배우는 점이 많았기 때문에 다른 분들의 이동이 많이 아쉬웠다. 또 내가 혼자서 전적으로 프론트의 업무를 맡을 수 있을까? 내가 그런 역량을 가지고 있을까?란 부담감에 혼자 일하기로 결정 되었을 때 걱정이 커졌던 것 같다.

그러나 고난을 겪으면 사람은 한층 성장하게 되듯 나에게는 좋은 경험이 되어주고 있다. 물론 다른 개발자와 같이 일할 때는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의사소통을 통해 배우는 지식도 너무 많기 때문에 누군가와 함께 일하기를 바라긴 한다. 어쩌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 한 파트를 전적으로 담당하게 되니 전보다 더 주도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의견도 많이 피력하게 되었고, 누구도 나에게 조언해주지 않으니 모든 상황에 대한 해답을 내가 찾아가야 해서 그또한 좋은 경험이 되어주었다. 프로젝트의 설계부터 개발 그리고 배포까지 담당하다보니 전반적인 사이클을 전부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런 경험이 쌓여서 생소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 어려운 문제를 마주했을 때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떻게든 또 해내겠지란 자신감도 조금 생겼던 것 같다.

성장을 해야 할 때

앞서 완벽하진 않지만 어떻게든 또 해내겠지란 자신감이 생겼다는 말을 했지만 완벽하지 않다는 게 늘 마음에 걸리는 사실이다. 전에 읽었던 책에서 그랬던 것처럼 개발자는 어쨌거나 주어진 업무를 주어진 기간 내에 끝내서 밥값을 다 하는 것이 우선적인 책임이다. 그러나 말 그대로 동작하기만 하는 코드는 좋지 않다. 배포하고 끝날 프로젝트가 아니고 유지 보수를 해야하고 예외처리가 잘 되어 있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버그가 발생한다. 일을 빠르게 쳐내면서 프로젝트의 퀄리티를 높여야 한다는 부채감이 마음 한 구석에 항상 남아 있었다. 좋은 것 같진 않은데 어디가 좋지 않은지 모르겠어서, 더 개선하고 싶은데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막막했다.

내가 발전하지 않으면 아무리 기능을 쳐내더라도 드라마틱한 발전은 없는 것 같다. 동그라미를 찍어내야 하는 틀이 어딘가 찌그러져 있다고 찍어내는 횟수를 늘리기만 하면 찌그러진 동그라미만 많이 생산된다. 동그라미에 가깝게 만들어내려면 틀부터 손봐야 한다. 그래서 혼자서 일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성장에 대한 필요성을 더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오로지 내 시야 안에만 갇혀있는 프로젝트는 나의 수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전할 방법을 모색하다가 실무자 부트캠프를 신청했다.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

부트캠프를 신청하고 또 열의를 다져보고 싶어서 컨퍼런스 같은 것도 많이 보러 다녔다. 세션에 대한 영상은 온라인으로도 올려주지만 오프라인으로 참여하면서 직접 사람들의 열정을 느끼는 건 다를 것 같아서 직접 갔다. 확실히 사람들이 기술에 대해 이야기 할 때의 열정을 직접 느낄 수 있었고 나도 그 기운을 받아 열정을 더 채울 수 있었다. 주기적으로 많은 개발자들과 네트워킹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부트캠프는 9월에 시작했는데 그 전까지의 텀이 있어서 해당 부트캠프 내에서 만들어지는 스터디에 참여했다. 나의 환경에서는 다른 프론트 개발자 분들이랑 이야기 하는 경험이 소중하기 때문에 스터디에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프로젝트를 하나 완성하는 게 목표였지만 스터디란 그 과정에서 얻는 경험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조금 궁금한 게 있으면 다 질문해서 물어봤던 것 같다.

질문이란 건 질문하는 사람도, 답변하는 사람도, 그걸 듣는 사람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후로는 더 적극적으로 질문을 하게 되었다. 다른 회사 사람들과 소통하게 되면 그 사람은 어떤 환경에서 일 하고 있는지, 어떤 것이 고민인지 듣는 게 재밌다. 좀 더 회사 그리고 팀에 대한 시야가 넓어질 수 있는 기회인 것 같다. 한 회사에 있다보면, 특히 그게 첫 회사라면 무엇이 좋은지 무엇이 좋지 않은지 판단이 잘 안 된다.

개강을 하면서는 정말 바빴고 힘들었다 ;)… 마침 회사 업무가 엄청 바빴을 때 개강을 했기 때문에 물리적인 시간이 없어서 처음엔 시간을 많이 쓰지 못했다. 다행히 이후에는 조금 여유가 생겨서 시간을 낼 수 있었다. 과제가 생각보다 더 시간을 많이 필요로 했다. 발제에 대한 공부를 하는 것만으로도 오래 거릴 때가 있고, 과제 자체가 양이 많았던 때가 있다. 그래서 불만족스럽다기 보다는 양이 많은 만큼 배울 수 있다는 것이 많다는 것이니까 좋았다.

10주란 짧은 시간 내에 좋은 멘토들에게 매주 나의 고민에 대한 조언을 얻고 방향성을 찾고, 팀원들과 열정적으로 퀄리티 있는 과제를 해결하며 소통하고, 리뷰를 받고, 내게 정말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수 있어서 좋았다. 퇴근하고 매일 몇 시간을 투자하고, 주말에도 공부를 하기란 통근이 3시간 이상인 나에게는 어려웠던 일이기 때문에 부트캠프를 수강한 것은 매우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글또라는 글쓰기 스터디도 참여하게 되었는데 기간이 겹쳐서 정말 너무 바빴지만… 성장에 대해 느슨해졌던 나에게 필요했던 환경 같았다. 수료 이후에도 퇴근하고 카페를 갔던 습관이 남아 지금도 퇴근하면 카페로 향하고 있다. 내 지식 부채들을 해결하면서 글또에 제출할 글도 열심히 쓰고 있다. 2024년에 가장 잘한 일은 이렇게 성장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구축한 일인 것 같다.

개발이라는 재미

부트캠프를 통해서 얻은 지식들은 회사 프로젝트에 녹이고 있다. 시야를 넓히고 나니 기존에 내가 개발했던 프로젝트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회사 프로젝트는 과제로 제출했던 것처럼 누가 리뷰해주지 않으니 여전히 내 시야 안에 갇히겠지만 작업을 거치면서 확실하게 전보다는 개선해나간다는 느낌이 있다. 망원경은 아니지만 안경을 맞춘 느낌이랄까… 예전에는 이런 작업에 대해 부담감을 많이 느꼈고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지만 이제는 좀 더 즐길 수 있는 마음이 생긴 것 같다.

같은 프론트 파트는 아니지만 팀원들도 좋은 시너지를 주는 분들이어서 같이 일하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일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고, 프로덕트의 발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의견을 많이 하고, 내가 가진 부족한 점을 잘해내는 팀원의 모습 등을 보면서 나도 더 업무에 몰두할 수 있고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한 해 동안에 개발에 대한 재미, 특히 업무에 대한 재미를 많이 찾을 수 있었던 한해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내년 목표

우선은 통근 3시간을 견디고 업무에 플러스 알파를 하기 위해서는 체력을 다져야 하기 때문에 운동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공부와 함께 운동까지 하는 것은 참 늘 너무 어려운 숙제같다. 그럼에도 이제 운동은 미룰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시작했으면 좋겠다. 또 올해에는 개발 외의 책을 많이 읽지 않아서 개발과 무관한 책도 읽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글또가 끝나고도 스터디에 참여해서 지속적인 자기계발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말로 끝내면 하지 않기 때문에 구체적인 목표를 잡아야 해서 정리해야 한다. 또 목표는 높게 잡으면 시작부터 어렵기 때문에 허들이 낮은 목표를 잡아야 한다. 습관과 관련된 책에서 읽었던 건데 매일 운동을 하고 싶다고 계획을 매일 푸쉬업 30개 이런 식으로 잡으면 안 한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달성하기 쉬운 목표를 설정하는 게 좋다. 푸쉬업 한 개를 목표로 잡으면 그 한 개를 하는 것은 너무 쉽기 때문에 우선은 시작할 수 밖에 없게 되고 반복을 하다보면 한 개는 너무 쉬우니 두 개를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어서 개수를 늘려나가게 되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이 메커니즘을 믿고… 우선 동기부여 스위치가 켜지도록 만드는 계획을 세워봐야겠다.

아주 구체적인 계획은 만다라트를 작성할 계획이라서 거기에 쓸 예정이지만 대략적인 계획은 다음과 같다. 헬스 PT 등록하기. 3주 이내 간격으로 블로그 포스팅하기. 퇴근하고 집에 늦게 와서 밥먹고 바로 자지 않기. 일주일에 n시간 정도 개발 공부하기. (시간은 몇 시간으로 잡을지 고민 중이다…) 이런 계획들이 있을 것 같다.

내년에는 좀 더 올해보다 건강하고 짜임새 있고 기억에 남는 한 해를 보냈으면 좋겠다!